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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2010/06/25 B-1 (1)

B-1

fiction / 2010/06/25 21:25

새파란 하늘에 짙은 바다가 경쾌한 여름날이었다.
가장 젊은 계절에, 갓 스물이 된 청춘들의 일렁임이 더해진 그 날의 바다는 힘이 넘쳤다.
와-
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성급하게 뛰어든 바다, 파도는 호락호락하지 않지만
그 또한 무슨 상관이랴.
호기있게 물살을 가르고, 몇 걸음 나아가지 못하고 튕겨져 나오고.
넘어서려 용쓰면 할수록 더욱 거칠게 다가오는 법, 하지만 그런 삶의 지혜쯤은 아직 몰라도 되는 설익은 젊음이다.

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파도가 튀어올라 단단하게 서 있는 B의 가슴팍을 적신다.
C는 여행 내내 그런 B가 신경 쓰인다.
다 같이 밥을 먹을때도, 둘러앉아 어쭙잖은 말 몇마디를 던지며 토론이란걸 할 때도
다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주량도 알지 못한 채 새벽까지 이어지던 술자리에서도
어쩐지 C는 B와 단둘이 있는것만 같았다.
처음 대면하게 된 순간부터, B와 함께인 공간에선 다른 것에는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.

물놀이는 달갑지 않은 C이지만 대학생이 된 여름엔 이렇게 어울려야 할 것 같다.
휘청거리는 고무튜브보다 더 안심이 되는 건 호쾌하게 웃으며 뒤를 지키는 B이다.
발끝이 바닥에 닿지 않아 뒤를 돌아보면 B가 있고
파랗다 점점 짙어진 물결이 아득해져 뒤를 돌아보면 B가 있었다.

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지나고, 어떤 날들이 내 앞에 펼쳐질까.
스무살이, 이십대가 과연 지나가기는 할까.
B는, B는 나이가 들어서도 저렇게 으하하 기분좋은 웃음소리로 웃고 있을까...

너무 많은 생각에 정신이 팔렸나,
장난기 많은 한 녀석의 장난에 C의 아슬아슬한 튜브는 순식간에 휩쓸려 고꾸라지고
물 속에 거꾸로 머리를 둔 C는 단박에 겁에 질려 숨이 쉬어지지 않는다. 
허우적거릴수록 몸은 점점 가라앉고 소리를 지를수도, 움직일 수도 없다. 

당황한 C의 등허리를 와락 끌어안은 건 B였다.
아무렇지 않은 것처럼, 아무일도 없었다는 듯 태연한 얼굴로 튜브 대신 B에 의지한 C는
언제고 발이 닿지 않는 곳에선 B가 그렇게 뒤를 받쳐줄 것 같다고 생각한다.
애써 소리내어 말하지 않아도, 저 깊은 곳 스스로도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비밀들이
손 잡은 이에게 모두 전해지는 것 같은 순간이 있다. 
그리하여 부끄러움이 사라지는 순간을 C는 그 날 바다속에서 느껴버렸다. 
 

'운명' 이라는 단어는 생각해보지 않은 스무살의 여름이었다.
 스미듯 아무렇지 않게 다가오는 하루하루도 그대로 운명이 되어버릴 수 있는 나이라는 걸 그 시절엔 알 수 없었다.


Posted by R. 투턱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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